불용문자(不用文字)란 이름에 쓰지 말아야 할 한자를 뜻합니다. 이러한 불용문자의 금기에 대한 역사의 기록으로 가장 이른 시기의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춘추시대 노나라 환공(桓公) 6년의 일이니 기원전 706년입니다.
9월 정묘일에 아들 동이 태어났다. (…) 환공이 신수에게 이름에 대해 물으니 대답하기를 “(…) 국명으로 이름짓지 아니하고, 관명으로 이름짓지 아니하며,
산천으로 이름짓지 아니하 고, 숨은 결점으로 이름짓지 아니하며, 제사용 희생가축으로 이름짓지 아니하고, 기물과 폐백으로 이름짓지 않습니다. 주나라 사람은
‘휘(諱)’로써 귀신을 섬기니, 이름은 종국에는 휘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국명으로 이름지으면 국명을 폐하게 되며, 관명으로 이름지으면 관명을 폐하고,
산천으로 이름지으면 산천이름을 폐하고, 제사용 희생가축으로 이름지으면 제사를 폐하고, 기물과 폐백으로 이름지으면 예(禮)를 폐하게 됩니다.”(『춘추좌전』
환공 6년). 九月 丁卯 子同生 (…) 公問名於申繻 對曰 (…) 不以國 不以官 不以山川 不以隱疾 不以畜 牲 不以器幣 周人以諱事神 名終將諱之 故以國則廢名
以官則廢職 以山川則廢主 以畜牲則 廢祀 以器幣則廢禮
여기서 휘(諱)란 사망한 군주의 이름을 삼가 부르지 않음으로써 존중하는 풍속을 가리킵니다. 이와 같은 풍속은 한·중·일 3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널리
행해지던 풍속입니다. 그러므로 군주가 사망하고 나면 그 백성들은 군주의 이름글자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그 때문에 국명이나 관명, 산천의 이름글자로 군주의 이름을 지으면 군주의 사후 그 국명, 관 명, 산천의 이름글자를 백성들이 쓸 수 없게 되어 폐기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백성들의 일상생활에 혼란이 초래되기에 군주의 이름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금기가 존재하는 것입니다(관련 글:
태조 이성계를 이성계라
부르지 못하는 이유)
하지만 이러한 금기는 군주에게만 적용되는 것이고 일반 백성에게는 적용되지 않기에 불용문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간혹 『춘추좌전』의 위 구절을 일반 백성들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면서 이 구절이 불용문자의 기원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이는 『춘추좌전』 의 내용을 오독한 소치일 뿐입니다.
위 사료에서 진정한 불용문자는 “숨은 결점으로 이름짓지 않는다”고 한 경우 하나뿐입니다.
조선시대 노비들의 이름에서 비슷한 사례가 보이는데, 예를 들어
‘O어둔쇠’는 ‘어리석고 둔한 놈’이라는 뜻이고, ‘O늣보’는 ‘늦된 사람’, ‘O왜토리’는 ‘외톨이’라는 뜻입니다.
이러한 이름들이 숨은 결점으로 지은 이름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는 노비이기에 막 지은 이름일 뿐, 건전한 상식을 지닌 사람이 자기 자녀를 위해 이렇게 흉한
이름을 짓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처럼 사람의 건전한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이름에 사용하기 곤란한 글자들이 불용문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