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음 ‘ㅣ’에 대한 오해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창제하시면서 다음과 같이 모음의 특성을 음과 양, 그리고 중성으로 구분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이름을 지을 때 음과 양의 적절한 균형을 고려해야 좋은 이름이 됩니다.

천天 ㅏ ㅑ ㅗ ㅛ ㅐ ㅒ ㅘ ㅙ ㅚ
지地 ㅓ ㅕ ㅜ ㅠ ㅡ ㅔ ㅖ ㅝ ㅞ ㅟ ㅢ
인人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명과 관련하여 모음 ‘ㅣ’를 ‘음’으로 분류하는 곳들이 있는데, 이는 한글 의 창제원리에 맞지 않는 오류임을 밝혀둡니다.
‘ㅣ’는 음양을 겸비한(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중성모음이 맞습니다. 위 표에서 ‘ㅣ’가 양모음과 음모음에 두루 쓰였습니다. 이는 ‘ㅣ’가 음양을 겸비한 중성모음이기 때문입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이 점을 분명히하고 있습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천지인天地人’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 는 혀가 응축하고 소리는 깊으니, 하늘이 자(子)에서 열린 것이다. 모양이 둥근 것은 하늘을 본뜬 것이다.1)

는 혀가 조금 응축하고 소리는 깊지도 얕지도 않으니, 땅이 축(丑)에서 열린 것이다. 모양이 평평한 것은 땅을 본뜬 것이다.2)

는 혀가 응축하지 않고 소리는 얕으니, 사람이 인(寅)에서 생긴 것이다. 모양이 서있음은 사람을 본뜬 것이다.3)


이를 보면 모음 ‘ㅣ’의 일어선 모습은 사람의 상을 취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음양의 성질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중성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동(動)하는 것은 하늘이요, 정(靜)한 것은 땅이요, 동(動)과 정(靜)을 겸한 것은 사람이다.4)

동(動)과 정(靜)은 양과 음을 상징하므로, 사람이 동(動)과 정(靜)을 겸하였다는 것은 음양을 겸비한 중성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을 상징하는 모음 ‘ㅣ’ 역시 중성입니다.

이처럼 모음 ‘ㅣ’가 중성인 것은 한글의 창제원리에서 다음과 같이 중요한 의미를 띕니다.

ㅛ,ㅑ,ㅠ,ㅕ가 다 사람을 겸한 것은, 사람이 만물의 영(靈)이 되어 능히 음양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5)

ㅣ가 깊고 얕고 닫히고 열린 소리에 아울러 서로 따를 수 있는 것은 ... 또한 사람이 만물을 여는 데에 참여하고 도와서 통하지 않는 바가 없음을 알 수 있다.6)

여기서 “ㅛ,ㅑ,ㅠ,ㅕ가 모두 사람을 겸했다”는 말은, ‘ㅣ’ 발음과 ‘ㅗ’ 발음을 겸해서 발음하면 ‘ㅛ’ 발음이 된다7) 는 뜻입니다. 이처럼 모음 ‘ㅣ’는 여러 다른 모음을 만드는 데 두루 참여하고 있는데, 모음 ‘ㅣ’가 각기 음·양의 성질을 띤 여러 다른 모음에 두루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음양을 겸비한 중성이기 때문인 것입니다.
이처럼 모음 ‘ㅣ’가 중성이라는 사실은, 한글의 창제원리에서 중요한 기본법칙이 되고 있습니다.
작명학에서는 김(金), 이(李) 등 주요 성이 모음 ‘ㅣ’에 해당하므로 이름의 ‘소리음양’을 평가함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1) ∙ 舌縮而聲深 天開於子也 形之圓 象乎天地
2) ㅡ舌小縮而聲不深不淺 地闢於丑也 形之平 象乎地也
3) ㅣ舌不縮而聲淺 人生於寅也 形之立 象乎人也
4) 動者 天也 靜者 地也 兼互動靜者 人也
5) ㅛㅑㅠㅕ之皆兼乎人者 以人爲萬物之靈而能參兩儀也.
6) ㅣ於深淺闔闢之聲 幷能相隨者 ... 亦可見人之參贊開物而無所不通也
7) ㅛ與ㅗ同而起於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