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땅이름-산업 천생연분 '희안하네'

출처 :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 ⓒ 한국경제신문
https://news.nate.com/view/20051014n40186?mid=n1006

'땅이름을 보면 고장의 운을 알 수 있다.'
전국 도시나 마을의 이름이 그 지역에서 최근 발전하는 분야를 예고한 사례가 많아 이채다.
고흥 광주 영광 기흥 영종도(자연도) 행담도 등 지명이 지역에서 육성되는 산업이나 과학기술의 성격과 딱 맞아떨어지고 있어서다.

전남 고흥(高興)은 '높은 데서 흥한다'는 뜻 그대로 현재 인공위성을 우주로 실어 나를 발사체 기지가 건설 중이다.
특히 우주센터가 들어설 고흥군 소재 섬인 외나로도는 바깥(外)으로 나는(나로) 섬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레이저기술 등 광(光)산업이 최근 발전하고 있는 광주(光州)는 예로부터 '빛고을'로 불렸다. 최근 광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광주로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다.
광주는 현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손잡고 '솔라시티'를 추진 중이며 실제 이곳은 일조량이 많아 태양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손꼽힌다.

국내 최대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는 영광(靈光)은 '신령스런(靈) 빛(光)'으로 묘사되고 있는 원자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게 원자력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해양연구소 해양시스템안전연구소가 자리잡은 대전 장동은 예로부터 '배뜰골'이고 불렸다고 한다.
유성산 중턱에 움막과 약수터,연못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이 '배뜰골'에 선박을 연구하는 연구소가 들어섰다.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선 영종도(永宗島)는 조선시대에는 자연도(紫燕島)라고 불렸으며 자줏빛 제비(紫燕)들이 왔다 갔다 하는 섬이라는 뜻이다.
비행기들의 왕래를 예견한 것으로 셈이다.

청주국제공항이 들어서 있는 지역의 이름이 비행기의 이·착륙을 상징하는 비상리(飛上里)와 비하리(飛下里)라는 것도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단지가 있는 경기도 기흥(器興)은 '그릇(器)이 흥한다'는 뜻대로 과거 그릇(도자기) 산지로 이름 났던 곳이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정보를 담는(저장하는) 그릇인 반도체가 흥하고 있다. 도자기와 반도체(실리콘)는 흙이 원료다.
삼성은 기흥의 이런 속뜻에서 최근 용인시가 구흥(駒興)으로 지명변경을 하려 했을 때 애를 태우기도 했다.

충남 당진군 행담도(行淡島)의 갈행(行)은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심한 백중사리에 갯벌의 물이 빠질 때 사람들이 육지에서 이 섬으로 걸어서 간다는 것을 뜻하고 물가득찰 담(淡)은 물에 잠긴 섬을 의미한다.
섬 위로 다리(서해대교)가 생겨 사람이 오가고 인근의 평택항 준설공사로 바다 가운데 놓이게 될 것을 지명이 나타내고 있다는 얘기다.

포스코가 있는 전남 광양(光陽)은 가장 뜨거운(陽) 빛(光)을 낸다는 의미. 철을 녹이는 고로(高爐)가 들어서기에 안성맞춤의 장소다.